(방)그래씨는 (장)조아씨와 콩닥콩닥 잘만 지내고 있다. 옆지기라고 명명하고 남편이라고 이름붙인 조아씨가 그야말로 짱좋다.조아씨가 말 한마디만 입밖으로 던져대도 그래씨는 온 몸이 방그레 미소를 짓는다. 언제나 사랑스럽고 사랑이 넘쳐나며 사랑이 솟구치는 조아씨가 정말 좋은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사랑스럽고 좋은 조아씨에게 단점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바로 넘쳐나는 오지랍을 주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그 오지랍이라는 게 사실은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성격탓이기도 했고 몸 속 깊은 곳에 내재되어 있는 측은지심의 발로라고 보는게 타당하다. 그의 오지랍은 온 동네를 섭렵했다. 그의 오지랍은 단순 측은지심을 벗어나 약자에 대한 배려나 정의감에 불 타오를 때도 수도 없이 많다.이를 어쩌누? 일반적인 생각으로 그냥 지나쳐도 될 일들도 꼭 관여해야 속이 풀린다. 동네 골목길을 지나다가도 으슥한 곳에서 담배라도 물고있는 새파란 청춘들에게도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다. "야 이놈들! 니들 나이때 피우는 담배는 정신건강에 엄청스레 안 좋다 절제혀라!" 함께 가던 그래씨는 식겁하며 한마디한다. "아니 지금 때가 어느 땐데 그런 소리를 하냐구요?"그러면서 못된 청춘들에게 두드려 맞아 병원에 입원해 있다는 뉴스를 떠 올리며 식은 땀까지 흘린다. 그래씨는 절대로 방그레 웃고 있을 형편이 안된다.'나라도 나서서 저 양반을 말리지 않는다면 정말이지 경을 칠 노릇이겠어!'그녀의 잔소리가 늘어나고 있는 또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듣기에 다소 불편 하다고 느끼더라도 그까잇 잔소리가 대수더냐,사후 약방문보다 사전예방이 낫다.그래씨가 그렇게 애를 쓰고 있는 와중에 조아씨가 일을 저질렀다. 그래씨가 맛난 된장찌개와 가지볶음을 차려놓고 조아씨의 귀가를 기다리고 있는데 오지 않는다.벌써 도착해서 식사를 끝내고 산책 갈 시간이 지났는데도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파출소에서 전화가 왔다.동네 입구에서 사랑싸움을 하고 있는 커풀을 말리다가 얻어터졌단다.소식을 듣고 달려가보니 조아씨의 얼굴 형상이 잔뜩 찌그러져 볼썽사납다. 조아씨는 성질이 가라앉질 않았는지 아직도 씩씩거린다. 그녀가 안아줬다.'그러게 내가 아무데나 낑기지 말라 했잖우~' 조아씨가 의기소침하게 쪼그라들었다.마음껏 오지랍을 떨어대다가 죽은듯 얌전해지려니 힘이 들고 미칠지경인 조아씨다.그래씨가 그를 위로해주기로 했다.이럴땐 그저 외곽으로 차를 몰고 드라이브를 해 주는것이 최고! 그녀가 서툰 운전솜씨로 조아씨를 태우고 무작정 떠났다. 이제 막 가을의 입구로 접어드는 모양새의 거리를 자동차를 앞세워 헤쳐나간다는 의미는 새로웠다.한참을 달리던 차가 신호에 걸렸다. 조수석에 앉았던 조아씨의 눈빛이 반짝였다.갑자기 문을 열고 밖으로 향하는 그를 보던 그녀가 아연실색 멀쩡한 이마를 쳐대고 말았다.
신호대기중이던 그녀의 차 바로 앞에 오토바이를 탄 배달맨이 자리했다. 그런데 그 배달맨의 등짝이 가려웠나보다.이리저리 움짝거리는데 어디 그게 그리 쉬운일이던가? 보다못한 조아씨가 문을 열고 뛰어가더니 그의 등짝을 속시원히 긁어주었다.그것도 아주 박박... 시원함을 느낀 배달맨은 대뜸 엎드려 절까지 한다. ㅋㅋ 이런 오지랍 괘안은걸까?
신호는 바뀌었고 여태 그 절을 받느라 복귀하지 못한 조아씨때문에 뒷차들은 애가탔다고 연방 크락션을 눌러대고 있었다. 원본 기사 보기:강원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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